(오늘의 썸네일은 오버워치의 아이돌 송하나 양! 어.. 나 분명히 송하나로 검색해서 구한 짤인데 왜 아재들만 있..?
본격 송하나 없는 송하나 짤...)
지난 글 이어서 말해보면, 당시 저는 일단 눈앞의 오버워치 월드컵(이하 옵드컵) 중계만 제대로 봐보자라는 목표를 설정했어요.
어떤 경기의 어떤 화면이든 보면 어떤 상황인지 바로 알아채거나, 관전 포인트를 짚어낼 수 있는 그런 수준급의 관전자가 될 욕심따위 없었습니다.
그저 옵드컵 중 한국전 경기들의 중요 관전 포인트만 이해하는 수준으로 만족하고자 했어요.
당시만 해도 오버워치 관전에 대해 어쩌다 흥미를 잡아끈 이번 옵드컵 중계만 좀 보고 말겠지, 라고 저 자신을 과소평가했거든요.
지금은 알람 맞춰놓고 에이펙스 시즌2 리그 본방사수하고 있는 접니다.
오늘 3월 31일 금요일은 이따 저녁 7시에 LW 블루와 메타 아테나의 3, 4위 결정전이 있으니 많이들 같이 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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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당시의 저는 오버워치라는 게임에 대해 순도 90%짜리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상당한 난관을 겪게 됩니다.
예를들어 과거 흥행한 스타크래프트는 초보자가 보기에도 관전 난이도가 그렇게 어려운 게임이 아닙니다.
원래 플레이부터 3인칭 (준)전지적 시점으로 이루어지는 게임이니까요.
게임 내에서 일어나는 행동이나 전투들도 약간 특수한 유닛이나 스킬 정도만 빼면 대부분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는 모션들입니다.
그런데 오버워치의 장르는 FPS.
First Person Shooting.
1인칭 슈팅 게임.
여기서 중요한건 바로 1인칭!!!
경기 화면을 송출하는 옵저버의 기량이 시청자의 만족도에 매우 크게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걍..
걍 내가 정신없고 뭔 상황인지도 모르겠고;ㅂ;
너무 템포가 빠른 겜이라 옵알못은 정말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욬.
해설에만 의존하자니 내가 눈 뜨고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긴 해도 현실적으로는 라디오를 듣고 있는 것은 아닌걸까..
그리고 사실은 해설을 들을래도 비루한 옵알못은 해설조차 못 알아듣고 있어!
사전에 저는 영웅들 이름과 각 캐릭터가 탱커인지, 힐러인지, 딜러인지 정도만 구분하는 정도였거든요.
봄에 시네마틱 트레일러를 봤을 때 영웅들이 너무 근사해서 그때 한번씩 캐릭 디자인이나 이름들까지는 다 봐두긴 했었어요.
''궁극기'를 줄여서 궁이라 부르나보군.'
'자리야 스킬이름도 방벽이고 윈스턴 스킬이름도 똑같이 방벽인가?'
''메타'가 뭐지? 대충 팀 구성한 영웅들 라인업을 가리키는 단어 같은데..'
이런식으로 그때그때의 맥락으로 파악해가며 넘어가는 것도 한계에 부딪혔는데, 아니 한계가 아니라 '용어만이라도 좀 알아보고 제대로 다시 들어야겠다'라고 마음을 고쳐먹게 한 계기가 있었어요.
***
16강 조별예선의 한국 첫경기인 호주와의 경기 어느 한 부분.
그 경기는 한국이 치르는 최초의 경기임과 동시에 옵드컵 내 모든 한국전 통틀어 가장 원사이드하게 치러졌던 경기였지요.
정말이지 처참하게 발리는 호주팀.
관련해서 기억에 남는 해외반응이 있네요.
저를 오버워치 공부하게 만든 문제의 중계발언도 그러했던 상황때문에 나온 것입니다.
호주와의 경기 2세트에서 맵은 아이헨발데였는데, 한국팀이 선공격이었고 무려 4분대에 마지막지점까지 화물을 밀고 끝냅니다.
이어서 수비를 하게 되었을 때 보통 자리야담당인 준바는 정크랫, 루시우 담당인 타이롱은 시메트라, 겐지 담당... DPS 담당인 아르한이 바스티온을 꺼내들었습니다.
VIDEO
위 영상의 18분 30초부터의 중계를 10초 정도만 잠깐 들어보세요.(쬐끔 더 한가하신 분은 17분 45초부터 추천, 재밌음.)
김정민 "준바 선수의! 준바!"
리즈 "준바의 정크랫."
김정민 "어때요?! 본인이 직접 경험해 봤을거 아니예요! 준바의! 이거 어때요?!"
리즈 "이건 그냥 즐겜입니다!"
김정민 "이거 빠댄가요!"
리즈 "진짜 빠대같거든요?"
참고로 말하면 중계진 중 리즈는 컨박스라는 팀 프로선수로 당시 준바도 그 팀 소속이었어요.
여튼, 이후로도 김정민 해설이 굉장히 충격적이라는 말투로 재밌어 놀라워하거든요.
그래요, 제가 옵알못이긴 해도 맥락상 무슨 상황인줄은 알겠어요.
아무래도 프로들이 진지한 경기에서 정크랫이나 시메트라나 토르비욘은 잘 안 쓰는 모양인가보죠?(당시 작년 10월 경입니다.)
그런데 이런 국제 경기에서 쓰니까 그것이 놀랍고도 웃프다는 건가봐요.
문제는 저 '빠대'라는 단어!!
저 말이 지금 어떤 느낌으로쓰인 단어인지는 알겠는데, 단어 자체가 뭔 말인건지 어원이 뭔지 넘 궁금해진거죠;
당장은 영어인지 한국어인지, 원단어인지 줄임말인지(높은 확률로 줄임말일거라고 추측은 했찌만), 한글로 적었을때 빠'대'인지 빠'데'인지 조차 몰랐어요.
맥락과 상황이 이해가 안 가는건 아니었으니까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데, 중계진이 그 말을 쓰면서 너무 재밌어해요;ㅂ;
난 뭔 말인지 모르겠는데;ㅂ;
쟤들은 넘 재밌어 한다고요;ㅂ;
중계진 하나만 믿고 보는건데 중계진에게서 소외당하는 이 쓸쓸함...
나도 같이 웃고 싶다규;ㅂ;!!
결국 중계 보던걸 중단하고 결국 포털을 통해 빠덴가 빠댄가를 검색해봅니다.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 빠데는 아닌것 같아서(데헷) '오버워치 빠대'로 검색해보니 '빠른 대전'의 준말인 모양입니다.
그렇구나...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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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시는 분들 대부분은 오버워치를 잘 아시는 분이겠죠.
저는 빠른 대전이이라는 기초적인 시스템도 모르고 그렇게 덜컥 관전에 입문했습니다.
혹시 저처럼 오버워치 전혀 모르는데 실수로 이 글 읽는 분이 계실지 몰라 대충 말씀드리면, 오버워치에는 '경쟁전'과 '빠른 대전'이 있어요.
경쟁전에서 플레이한 이력은 플레이어 순위를 매기기 위한 성적에 반영이 됩니다.
이기면 점수가 올라가고 지면 내려가요.
그래서 경쟁전에서는 위험한, 시험적인 플레이나 잘 다루지 못하는 영웅을 픽하는 행위는 아군 팀원에 대한 민폐로 여겨집니다.
그러다보니 아직 잘 못하는 영웅을 연습하기 위한 경기나, 승패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겜하기 위해서는 빠른 대전을 이용하는거죠.
빠대가 어떤 게임모드인건지 제가 잘 설명했나요?
***
빠대만 달랑 알고 다시 중계 관전을 이어가려고 했더니 캥겼습니다.
이런 순도 89%짜리 옵알못 상태로는 중계를 제대로 못 즐길 뿐더러 이와 비슷한 상황이 또 발생할게 뻔해요.
그냥 전면 중단하고 오버워치에서 쓰이는 용어 공부를 하자, 맘 먹었습니다.(학생때 학교공부를 이렇게 했어야했어.)
배우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단어들 몇개를 꼽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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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당연하게도 '겐트위한 '이라는 단어가 되겠습니다~
(짜잔!)
지금은 겐트위한솜이죸.
겐지, 트레이서, 위도우메이커, 한조, 솜브라.
정말이지 보기만 해도 너무 섹시하고 매력 넘치는 캐릭터들이네요!
저도 정말 좋아합니다.
아.. 걱정마세요, 저 오버워치 안 할테니까...
그 다음에 '비비기' .
이 단어는 단어 자체야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이지만, 보통 요리 방송 같은데서 나오는 단어 아니던가요?
근데 옵알못인 저마저도 첨 중계보던 중에 이 단어를 접했는데 제가 금방 알아들어버렸다는 점이 재밌었어욬.
아니, 그 상황을 '비비다'라는 우리말로 표현하다니..!
이렇게나 와닿을 수가!!
그리고 참, 작년 옵드컵에서의 최고 비비기 명장면은 한국과 러시아의 결승전 2세트 왕의 길 맵에서 나왔다고 봅니다.
VIDEO
위 영상에서 29분 30초 즈음부터 1분 가량 입니다.
사실 한방에 쉽게 밀어버리기 때문에 비비기 과정이 명장면이라기보다, 그 상황에서 비비기로 결정했다는 점이 더욱 신의 한수였지만요.
요즘 에이펙스 리그 보면 비비기 자체가 정말 장난 아니거든요.
마지막 거점에서 한두명씩 리스폰 되는걸로 2분 넘게 시간끌고 버티다가 결국엔 기어이 적팀 몰아내는 장면이 제법 나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쯤 더 꼽아보자면 '갈라쇼 '
갈라쇼라닠!!!
늬들 참 말도 재밌게 붙이는구나~~~~!!!
근데 이건 리퍼 궁에만 쓰는 단어인가요?
***
아이고, 사실은 어제 공개된 2017 옵드컵에 관한 이야기도 좀 하려고 했는데, 그거까지 다 쓰면 7시 넘어버릴것 같아요.
이따 7시엔 엘덥블루와 메타아테나의 경기가 있다구~~
그거 본방사수 하는게 더 중요하므로, 다음 포스팅으로 넘깁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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